“엄마, 심심해요.”
아이에게서 자주 듣게 되는 이 말, 부모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지루함’이 단순한 무료함이 아니라, 아이의 뇌가 창의적으로 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자극이 없는 그 잠깐의 시간이 아이에게는 상상하고 탐색하면서 스스로를 키워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지루함이란 무엇일까요?
보통 우리는 지루함을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가 “심심해”라고 말할 때, 많은 부모님들은 얼른 뭔가를 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지루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인지 발달이나 정서 성장에 꼭 필요한 시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다비 색스베 교수는 지루함을 “특정한 목표 없이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이의 뇌가 잠시 자극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다음 행동을 준비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는 순간인 셈입니다.
특히 자극에 민감한 아이들은 계속해서 자극을 받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면 더 크게 지루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바로 이 ‘멍~한’ 시간이 뇌가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만들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루함은 아이가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자율성과 판단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지루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 아이들은 자극이 가득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에서 화려한 소리와 영상이 쉴 틈 없이 쏟아지죠. 그러다 보니 책을 읽거나 퍼즐을 맞추는 조금은 느린 활동은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뇌는 아직 발달 중이라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자극이 강한 활동에 익숙해지면 그게 기준점이 되어, 덜 자극적인 활동에는 쉽게 흥미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자극이 줄어든 순간, 아이는 금세 지루함을 호소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시간 개념이나 자기 주도적인 계획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바로 “심심해”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부모가 늘 뭔가를 챙겨주거나 활동을 정해주는 환경이라면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만들거나 계획해 본 경험이 적을 수 있습니다. 작은 틈에도 불안을 느끼고, 그 감정을 지루함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루함이 창의력으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창의력은 꼭 예술적인 재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새롭게 보는 시각,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는 능력, 비어 있는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채우는 것도 모두 창의력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은 ‘할 일이 딱히 없는 시간’에서 자라납니다.
아이가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생각을 넓히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 없이 방에 앉아 있다가 쿠션을 기차 삼아 놀기 시작하거나, 손으로 뭔가를 그리고 만들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처럼 말이죠. 자극이 없을 때 스스로 자극을 만들어내는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또한 지루함은 문제 해결력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지금 뭘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 경험이 쌓이면서 인내심, 자기 조절력도 함께 자라납니다.
이런 활동들은 아이의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집행 기능이란 계획을 세우고, 집중하고, 기억하는 등의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인데요. 학습과 사회성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국 지루함은 단지 할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아이의 뇌가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백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지루함을 무조건 피해야 할 것으로 보지 말고,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탐색할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부모의 역할: 지루함을 기회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아이가 지루하다고 말하면 많은 부모님들이 뭔가를 해줘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장난감, 교육 영상, 체험 활동 등으로 아이의 하루를 꽉 채우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모든 자극을 부모가 제공하는 구조에서는 아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부모가 꼭 해줘야 할 것은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여백’을 주는 것입니다. 때로는 개입을 줄이고, 혼자 시간을 보내보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외식 자리에서 아이가 심심해한다면 바로 스마트폰을 건네기보다는, 종이와 펜을 꺼내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주변 사물로 놀이를 유도해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아이는 그런 경험을 통해 ‘심심한 상황도 내가 해결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또한 “심심하구나. 뭐 해볼까?”처럼 아이가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게 돕는 말도 효과적입니다. 놀이 도구나 활동을 정해주기보다, 아이가 상상하고 창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TV나 스마트폰이 없는 조용한 시간도 의도적으로 만들어보세요. 그 시간 동안 아이가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지켜보고, 잘 해냈다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태도는 아이의 자율성과 내적 동기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루함을 교육적인 기회로 바꾸는 실천 팁입니다
아래는 부모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입니다. 어렵지 않으니 아이와 함께 시도해 보시면 좋습니다.
- 스마트 기기 사용 줄이기 : 식사 시간이나 잠들기 전,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 대신 책이나 색연필, 작은 장난감 등을 활용해 자극의 강도를 낮춰보세요.
- ‘무계획 시간’ 만들기 : 하루 중 일부 시간을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그냥 비워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게 해 주세요.
-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놀잇감 사용하기 : 블록, 점토, 종이상자처럼 놀이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은 도구들은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좋습니다.
-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 늘리기 : 흙을 만지고, 나무를 바라보고, 물소리를 듣는 시간은 지루함을 견디는 힘도 길러주고 느긋한 사고 습관도 만들어 줍니다.
- 지루함을 대화 주제로 삼기 : “오늘 가장 심심했던 때는 언제였어?”,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와 같은 질문은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지루함은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생각하고, 상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갑니다. 부모가 모든 순간을 자극으로 채우는 대신, 아이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심해요”라는 말에 바로 해결책을 주기보다, “그럼 뭐 해볼까?”라고 말해보세요. 아이의 창의력은 그렇게 자라납니다.
지루함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아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여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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